한마디의 거짓말에 인생이 바뀐 이야기 <레이버 페인스>
주인공 테아 클레이튼은 뉴욕의 한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평범한 비서입니다. 그녀는 부모 없이 동생 에마와 단둘이 살고 있으며, 사춘기 시기에 한창 반항적인 에마를 돌보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고 있습니다. 월급은 가혹하리 만큼 적고 상사는 까칠하고, 직장 내에서는 동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삶 속에서 그녀는 늘 불안하고 불만스러운 하루를 힘들게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시련이 닥칩니다. 직장 상사인 제리가 그녀를 해고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작은 실수 하나가 원인이었지만, 실상 부당한 해고나 다름없었습니다. 테아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를 막기 위해 충동적으로 자신이 임신을 하였다고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그녀의 거짓말로 인해 모든 상황이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임신한 여성을 해고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회사는 테아의 해고를 철회합니다. 동료들과 상사 모두 그녀에게 갑자기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상황에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거짓말을 계속 있어나가게 됩니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을 수밖에 없었고, 테아는 진짜 임신한 것처럼 행동하기 위해 각종 정보들을 검색하고, 임산부처럼 걸으며, 인위적인 입덧 연기까지 해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가짜 임산부로서 회사 생활을 이어가는 중, 뜻밖의 변화가 시작됩니다. 회사 내에서 그녀의 입지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 무시당하고 소외됐던 테아는 임신한 직원으로서 보호받고 배려받게 되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존중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잠재되었던 능력도 서서히 발휘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묵혀두었던 아이디어를 발언하고 편집 회의에서도 적극적인 의견을 내면서 그녀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깁니다. 바로 회사의 젊고 진중한 편집장 닉과 가까워지게 된 것입니다. 닉은 테아의 진심 어린 열정에 관심을 갖고 그녀의 아이디어를 지지해 줍니다. 사회는 상항 테아에게 냉혹하기만 했습니다. 부모대신 가장 역할을 하며 힘들지만 책임감 있는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대와 무시였고, 그로 인해 주눅 들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소심하게 살았습니다. 그러한 자신에게 항상 지지해 주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닉을 향해 테아는 점점 마음이 끌리게 되고, 닉 역시 그녀를 곧 엄마가 될 아름답고 독립적인 여성으로서 존중하고 따뜻하게 대해줍니다. 하지만 모든 일엔 그만큼 대가가 있기 마련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테아는 점점 자신이 만든 거짓말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특히 닉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녀의 죄책감은 커져만 갔습니다. 왜냐하면 닉은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고, 그녀 역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그녀의 임신이 화제가 되면서 회사에서는 임산부의 삶을 그린 책 출간 프로젝트를 맡기게 되고, 테아는 본의 아니게 진짜 임산부처럼 보이기 위해 더 많은 거짓말을 덧붙여야 했습니다. 특히 출판 기획회의에서 테아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게 되고, 그 순간부터는 작가 포지션으로 확장되는 상황에 놓입니다. 그러던 중 테아는 출산 관련 수업에 참석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진짜 임산부들과 어울리면서 복잡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녀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신체적 고통과 감정 변화, 그리고 아이를 향한 진심 어린 사랑을 접하면서, 자신이 이들을 모욕하고 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테아의 거짓말은 결국 그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커져버립니다. 닉과의 관계는 점점 깊어졌고, 그의 진심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괴로웠습니다. 마침내 닉은 테아에게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냐고 묻습니다. 그 질문 앞에서 그녀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눈을 피한 채 자리를 피합니다. 닉은 그런 그녀의 태도에 혼란을 느끼며 점점 거리를 두기 시작합니다. 이 모든 상황에 지친 테아는 더 이상 거짓말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회사 회의 중, 자신이 그동안 임신한 척해왔다고 모두에게 고백합니다. 모두가 충격에 빠지고, 특히 닉은 큰 배신감을 느낍니다.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과거의 실수를 인정하고 스스로 반성하게 되면서 주변을 정리하고, 가족과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동생 에마와의 관계도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하며, 그녀는 비로소 인생의 중심에 오롯이 진실한 자신을 세우게 됩니다. 시간이 흐른 후, 테아는 자신이 기획했던 출산 관련 책을 바탕으로 새로운 출판 기획사에 취직하게 됩니다. 이때 그녀는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며, 자기 목소리를 갖게 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닉과 우연히 재회하게 됩니다. 여전히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그녀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닉은 그녀의 변화된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을 열게 됩니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났던 그때보다 더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대화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 장면은 거짓에서 시작된 관계가 결국 진실과 용기를 통해 진정한 인연으로 다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따뜻한 엔딩을 맞이합니다.
거짓말의 끝은 결국 진실
린제이 로한 주연의 영화 레이버 페인스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자기 정체성, 성장, 그리고 진실의 힘에 대한 주제가 은근하게 내재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거짓말이라는 코미디적 장치를 통해 주인공의 내면 변화를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풀어낸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주인공 테아가 해고를 피하기 위해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거짓말이 단지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으로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간접적으로 비추는 장치라는 점입니다. 테아는 회사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비서이고, 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상사의 기분 하나로 해고 통보를 받을 만큼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단지 그녀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직장 여성들이 겪는 구조적 불안정성과 닮아 있습니다. 그녀가 임신을 핑계로 해고를 막으려 한 것은 본능적인 자기 방어였고, 그것이 곧 여성이 사회에서 보호받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인가에 대한 풍자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임신이라는 말 한마디로 그녀는 사회적 보호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영화는 이 모순적인 현실을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내었습니다. 처음 해고를 위한 방어적 거짓말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거짓말을 보완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점점 진실이 없어지고 거짓말로 점철돼 가는 생활이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됩니다. 임신한 척을 하면서 그녀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타인의 관심을 받게 되고, 주변 사람들의 배려 속에서 내가 존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감각을 처음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전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할 용기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 능력도 없던 그녀가 점차 진실된 자기 모습을 찾게 되는 과정은 이 영화의 가장 따뜻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닉과의 관계를 통해 그녀는 인간적인 따뜻함과 유대감을 느끼게 됩니다. 사실 닉은 그녀의 가짜 임신이 아닌, 그녀의 열정과 성실함, 아이디어에 반응한 유일한 인물입니다. 그녀가 꾸며낸 어떠한 조건보다 실제로 노력한 부분과 훌륭한 결과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자기 존재감을 회복하는 과정의 핵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결국 거짓말에 거짓말을 더하면 더 이상 숨길 수 없고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를 것입니다. 거짓말이 주는 달콤함과 그것이 점점 커질수록 인간관계에 미치는 파괴력 또한 세심하게 그려내며 테아가 궁지에 몰린 부분을 보여줍니다.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웃음보다 갈등과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거짓말로 인해 그녀는 사회적 위치도 얻고, 사랑도 얻은 듯 보였지만, 그것이 결국 모래 위에 세워진 성이라는 사실이 그녀를 갈수록 괴롭게 만듭니다. 특히 닉과의 관계에서 그녀는 더 이상 거짓된 관계를 쌓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그녀는 스스로 진실을 고백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모든 것을 잃더라도, 이제는 더 이상 거짓 속에 살고 싶지 않다는 결심은 그녀가 처음의 테아와는 전혀 다른 인물로 성장했음을 보여줍니다. 거짓을 고백하고 위선을 종식시키면서 테아는 그동안 쥐고 있던 모든 것을 잃게 되었지만 오히려 그 과정 속에서 진실한 자신을 찾고, 동생과의 관계도 회복되며, 자신이 진정 원하던 삶의 방향을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 결국 진실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고 진짜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거짓말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엔 그 거짓이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대변하는 거울이 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중요한 건 결국 거짓을 깨고 진실을 고백할 용기도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거짓을 말했을 경우 반대급부로 진실 역시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모든 것은 진실이라는 위명 아래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