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이 전해준 따뜻한 변화 <파퍼씨네 펭귄들>
주인공 토마스 파퍼는 뉴욕에서 성공한 부동산 중개인입니다. 마천루들이 늘어선 도심 속에서, 그는 고객의 마음을 꿰뚫고 다루는 능력으로 업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습니다. 말끔한 슈트 차림에 외모는 깔끔하고, 말솜씨도 뛰어나며, 고객 설득 능력도 뛰어난 팔방미인이었고, 자기 분야의 일을 정말 잘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성공 뒤에는 자신의 직업에만 몰두하여 인간관계에 소홀해지면서 단초롭게 지냈고 그래서 굉장히 외로운 삶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사무실은 효율적이지만 차갑고, 그의 삶도 사람들과의 진심 어린 관계는 거의 사라진 채 성과만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자신의 업무에만 시간을 소비하여 아내와도 이혼했고, 두 자녀와의 관계도 굉장히 어색해졌습니다. 그의 어린 시절은 외로움으로 점철되었는데, 탐험가였던 아버지는 파퍼가 어릴 때부터 남극을 비롯한 여러 대륙을 누비며 가정에 소홀했고 집에 거의 없었습니다. 아버지와의 유일한 소통은 무전기나 엽서 같은 매체를 통한 대화를 하였고, 사람들과 옮바른 관계를 형성하기보다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사회를 접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토마스가 사회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떨어지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등한시하게 된 배경에는, 어린 시절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지 못한 채 아버지와 소원하게 지낸 유년시절 영향이 굉장히 컸습니다. 어느 날, 파퍼는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후, 남극에서 하나의 커다란 상자가 배달되는데요. 그 안에는 살아있는 펭귄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지만, 곧이어 추가로 다섯 마리가 더 도착하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총 여섯 마리의 펭귄과 동고동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당연히 펭귄들을 동물원에 위탁하려 했지만 아이들이 펭귄들과 금세 정을 붙이고, 파퍼 자신도 예상외로 펭귄들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마음을 바꾸기 시작했고 결국 그는 펭귄들과 함께 살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어찌 보면 엉뚱하고 황당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이 작은 결정이 파퍼의 삶 전체를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어버립니다. 펭귄들과의 생활은 그야말로 어수선하고 난장판이었습니다. 냉장고는 그들의 놀이터가 되고, 고급 아파트는 눈썰매장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버지가 퇴근시간이 빨라지고, 규칙적으로 집으로 돌아온 것에 안도감을 느꼈고, 파퍼는 이혼한 아내와의 대화 스킬도 점점 늘고 성정이 부드러워집니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펭귄들이 있었습니다. 파퍼는 펭귄들의 이름도 지어줍니다. 바보 같지만 사랑스러운 눙눙이, 항상 엉덩이를 끌고 다니는 미끄럼이, 정장을 입은 듯 멋진 젠틀이 등 각각의 펭귄에게 독특한 특징을 반영하여 애정을 담아 이름을 붙여주면서, 점점 진짜 가족처럼 그들을 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고야 맙니다. 아파트 관리인은 동물 사육이 금지되어 있다며 그를 위협하고, 동물원에서는 펭귄들을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끈질기게 요구해 옵니다. 이 와중에 파퍼는 회사에서도 중요한 거래를 성사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습니다. 이때 이야기의 전환이 잠시 되는데 펭귄 중 한 마리가 알을 낳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새 생명을 잉태하는 이 신비로운 경험은 파퍼에게 큰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그는 진심으로 펭귄들과 함께 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러나 알이 부화하지 않고, 죽어버린 듯 보이자 파퍼는 큰 슬픔에 빠집니다. 혹시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게 아닐까 스스로 자책을 하는 지경까지 이릅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일어남과 동시에 동물원 측의 끊임없는 설득과 압박으로 고민 끝에 펭귄들을 보내기로 마음먹습니다. 펭귄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이 맞다고 스스로 납득시켰지만 마음 한편에 허전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딸 제니스는 파퍼가 펭귄들을 버렸다고 생각하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아들 빌리도 다시금 마음의 문을 닫아버립니다. 이때 파퍼는 비로소 깨닫습니다. 아이들과의 대화, 아내와의 재회 이 모든 것이 펭귄들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그 존재들에게 사랑을 배웠고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쳤다는 것을. 그러나 가족과 같은 펭귄들을 스스로 버렸음을 인정하였습니다. 함께 보내는 소중한 시간을 지키기 위해 그는 결국 펭귄들을 되찾기로 결심하고 아이들과 함께 동물원으로 향하였습니다. 기지를 발휘해 펭귄들을 구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펭귄들의 진정한 고향 남극으로 되돌려 보내기를 결심하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파퍼가 펭귄들과 함께 남극으로 향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물론, 다시 아이들과도 함께할 날을 기약하며 따뜻한 작별을 고하였습니다. 이제 그는 단순한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닌, 진짜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아는 사람으로 변화하며 펭귄들과 함께 빙산 위에서 따뜻한 엔딩을 맞이합니다.
펭귄의 상징성-현대인들을 위한 작은 우화
토마스 파퍼는 현대인의 전형적인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철저하게 성과 중심, 결과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뉴욕의 고층 빌딩 사이에서 부동산 중개업이라는 직업은 냉정함과 판단력을 요구하며, 그는 이 사회가 기대하는 이성적인 어른 또는 성공한 화이트칼라의 이미지를 완벽히 구현해냅니다.그는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효율적으로 일하며, 비즈니스 매너에 능숙하지만, 정작 진심을 나눌 사람은 없는 고독한 인물로 나옵니다. 가족과의 관계는 단절되어 있고, 친구도 없으며, 하루하루가 업무와 목표를 향한 무한 반복일 뿐입니다. 이런 삶은 얼핏 성공한 삶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공허함에 기초한 외로운 번영에 가깝습니다. 이런 그의 삶에 난입한 존재가 바로 펭귄들입니다. 이 말 안 통하는 생물들은 그의 일상을 산산조각 내고, 업무에 방해를 주며, 가전제품과 가구를 망가뜨립니다. 그러나 바로 그 혼란 속에서, 파퍼는 비로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이 열리고 인간적인 마음을 회복하게 됩니다. 과연 성공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 성공이라는 것이 과연 삶의 본질적인 풍요로움을 가지고 올 수 있는지 관객들에게 여과 없이 질문합니다. 여기서 파퍼의 인간성을 이끌어 낸 존재는 다름 아닌 펭귄입니다. 펭귄은 영화에 출현하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이야기의 중심축인 캐릭터로 굉장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계산하지 않고, 꾸미지 않으며,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본능대로 뛰고, 울고, 놀고, 잠을 자죠. 파퍼의 냉철하고 통제된 삶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생물들이, 그 안에서 파퍼가 잊고 있던 본연의 순수함을 일깨워 줍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펭귄 중 한 마리가 알을 품는 장면입니다. 생명을 품고, 기다리고, 돌보는 과정은 파퍼에게 그동안 단절되어 있던 부성애와 부모로서의 책임감 되찾게 합니다. 그는 단순히 생계를 위해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누군가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본인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파퍼 본인 역시 펭귄에게 영향을 받으며 살아 있는 사람을 실감하게 되며, 따뜻한 관계 속에 감정의 연결고리가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서 결국 가족 역시 회복하게 됩니다. 영화 초반에 파퍼는 아내와 이혼하고 아이들과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으며, 어릴 적에는 아버지와 정서적으로 단절이 된 외로운 사람입니다. 마음에 문을 닫고 가족들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생각하지만 펭귄을 계기로 아이들과 가까워지면서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유대를 맺습니다. 반항적인 아들이 아빠와 놀 수 있어서 좋다고 한 대목에 파퍼는 그간 거리감과 서운함 이 모든 벽이 무너지면서 감정의 회복을 맞이합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파퍼를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파퍼는 큰 기로에 서게 되는데, 과연 펭귄의 보금자리를 어디로 정할지 문제였습니다. 사실 펭귄은 소위 애완동물이 아닌 광활한 남극에서 넓은 바다를 헤엄치며 다니는 생물들입니다. 펭귄을 자신의 곁에 두고 도시에서 살아가게 할 수 있으나, 결국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최선임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펭귄을 너무나도 사랑했기 때문에 그들이 진짜로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직접 데려다주며 이별을 맞이합니다. 분명 슬프지만 펭귄을 위해 옮은 일을 했으므로, 품고 돌보기보다는 떠나보낼 줄 아는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 영화는 파퍼와 펭귄 그리고 그 가족들의 관계가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문득 나의 삶도 돌아보게 하는 따뜻한 철학서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과연 누구와 함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합니다. 이러한 메시지를 느끼며,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주변에 있는 소중한 가족, 소중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포옹을 주면 어떨까라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