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인간의 공생에 대한 사색 <고양이로소이다>
영화는 어두운 밤, 도시의 골목길에서 시작됩니다. 한 마리의 길고양이가 조용히 도로를 가로질러 가며 인간의 세계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이 고양이는 영화의 화자 역할을 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을 제공합니다."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없다. 하지만 나는 많은 것을 본다."이 독백과 함께, 영화는 한국의 서울부터 시작하여 일본을 거쳐 대만을 오가며 고양이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환경을 보여줍니다. 인간들이 쉽게 지나치는 골목, 건물 틈, 시장 한구석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카메라가 담아냈습니다. 서울의 아침, 출근길의 바쁜 사람들 사이에서 고양이들은 조용히 몸을 숨깁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은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이동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들을 외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인공 격인 한 마리의 고양이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한 여성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이 여성은 캣맘이라 불리는 사람들 중 한 명으로,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줍니다. 그러나 이 행동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그녀가 밥을 두고 간 자리에 일부러 물을 뿌려놓거나, 고양이들을 내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고양이들이 몰려들면 위생에 안 좋잖아!", "이런 거 하지 마요. 애들 키우는 집인데." 길고양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밥을 조심스럽게 먹지만, 언제 어디서 인간의 적대적인 시선이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서울의 한 동물 보호소에서는 구조된 고양이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양이 중 일부는 학대를 당하거나, 자동차 사고를 당해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있습니다. 입양을 기다리는 고양이들 사이에서 한 마리는 한참을 주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하다. "검은 고양이는 불길하다"라는 미신 때문. 보호소 직원들은 "검은 고양이는 귀엽고 사랑스럽다"라고 강조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화려한 색상의 고양이를 더 선호합니다. 또한 보호소에는 파양 된 고양이들도 많습니다. 처음에는 귀여워서 데려갔지만, 크면서 돌보는 게 부담이 되자 다시 보내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한 소녀가 보호소를 찾아와 한 마리의 장애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하여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 아이를 사랑해주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고양이를 품에 안고 집으로 가는 장면으로 한국의 길고양이 편은 막을 내립니다. 이어서 일본의 아이노시마라는 작은 섬의 길고양이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아이노시마의 다른 별칭은 고양이의 섬으로 고양이가 굉장히 많으며 많은 마을 사람들과 교감하며 공생하는 대표적인 고양이 친화적인 마을입니다. 이곳은 심지어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습니다. 어부들은 아침마다 항구에서 물고기를 손질하며 고양이들에게 작은 생선을 던져줍니다. 카메라는 섬을 자유롭게 활보하는 고양이들을 따라갔습니다. 고양이들은 서로 장난을 치고, 햇볕 아래서 평화롭게 낮잠을 잡니다. 관광객들은 이곳을 찾아와 고양이들을 쓰다듬고, 사진을 찍으며 소소한 행복을 느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은 뜻하지 않은 걱정에 봉착합니다. "고양이가 늘어나는 건 좋은데, 밥을 주는 사람이 없으면 어떡하지?" 실제로, 섬의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어부들과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고양이들을 챙겨줄 사람이 점점 없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의 섬 아이노시마를 지나 도쿄의 도시 야나카 긴자로 배경이 바뀝니다. 도쿄의 한적한 거리, 야나카 긴자는 고양이 마을로 불립니다. 거리 곳곳에서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걸어 다닙니다. 가게 앞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고양이, 벤치 위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 그리고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말을 걸며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들이 펼쳐집니다."이곳에서는 고양이들이 마을의 일부예요."상인들은 가게 앞에 고양이들을 위한 작은 쉼터를 마련해 두고, 고양이 간식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상점들의 상인들은 고양이를 반기며 예뻐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부 지역에서는 길고양이들을 반기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만이 고양이마을 허우통이 나옵니다. 대만의 허우통은 원래 탄광 마을이었지만, 광산이 문을 닫은 후 인구가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버려진 마을에서 살아남은 길고양이들이 다시 사람들을 불러모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고양이들을 돌보기 시작했고, 점점 관광객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허우통은 고양이 마을로 유명해져, 곳곳에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고, 가게들은 고양이 관련 상품을 판매하며, 카페에서도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닙니다. 관광객들은 고양이들과 사진을 찍고, 길거리에 놓인 고양이 간식을 구입해 나눠즙니다. 하지만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무분별한 먹이 주기와 쓰레기 문제가 발생하였고, 고양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일부 업소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양이 보호 활동을 조직하고,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되 관리도 함께 진행하여 이러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며 고양이들과 건강한 공생을 지향하며 살아갑니다. 영화의 마지막, 한국, 일본, 대만의 고양이들이 다시 한번 등장합니다. 서울의 한적한 골목, 한 노인이 조용히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나눠 줍니다. 도쿄의 한 가게 앞, 손님을 반기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대만의 허우통, 햇빛 아래서 평화롭게 낮잠을 자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영화는 이렇게 마무리됩니다."우리 곁에는 언제나 고양이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카메라는 고양이의 눈을 비추며 천천히 페이드아웃됩니다.
고양이의 삶 속에서 비치는 인간사회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고양이 다큐멘터리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한국, 일본, 대만의 길고양이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삶을 카메라가 자연스럽게 촬영하며 고양이들이 각 나라에서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 있는 그대로 보여 줍니다. 하지만 단순히 고양이의 귀여움과 고양이의 삶을 촬영하여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고양이를 통해 보여주는 인간 사회와 다양한 인간의 군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길고양이는 그곳이 어디든지 단지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입니다. 길고양이는 그저 존재할 뿐이지만, 인간들은 그들의 존재를 두고 다양한 태도를 보입니다. 누군가는 보살피고, 누군가는 혐오하며, 또 누군가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태도를 통해 우리가 동물과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더 나아가 우리가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도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공존 그리고 인간성입니다. 결국 길고양이는 자신들의 선택으로 거리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들이 만든 도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인간과 공존할 뿐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쏟아지는 인간들의 시선과 반응은 제각각였습니다. 서울에서 길고양이들은 위태로운 존재입니다. 어떤 이들은 그들에게 밥을 주며 보호하지만, 또 어떤 이들은 밥그릇을 걷어차며 그들을 혐오하였습니다. "길고양이가 늘어나면 위생에 안 좋다", "밤마다 시끄럽게 울어 잠을 잘 수가 없다"라는 불평이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히 고양이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인 시선에서 인간의 사회적 현상과 구조로 확장해 해석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살아가는 고양이는 우리 사회에 소외되는 사회적 약자들을 상징하며, 어떠한 도움 없이 살아남기 어렵고, 작은 실수 하나로 쉽게 배척당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어둡고 차가운 곳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 보호받지 못하는 존재들을 우리 사회가 대하는 태도가 길고양이에 보여준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암시합니다. 실상 고양이들도 인간과 다름없는 삶을 알아 가고 있습니다. 골목에서 몰래 먹이를 먹는 고양이, 버려진 창고에서 새끼를 돌보는 어미 고양이, 낡은 건물 옥상에서 해가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길고양이등 고양이들의 실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단순히 다큐멘터리의 기록이 아닌, 우리 사회에서 우리가 보지 못한 존재, 혹은 보려고 하지 않았던 존재들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길고양이의 삶을 깊게 조명하는 이유는 소외되어 배척당하는 삶은 결국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모순 속에 약자를 배척하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각을 좀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고양이로소이다는 우리가 외면하는 존재들, 우리가 무심코 배척하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로 그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어둠을 고양이의 눈으로 보여줌으로써 인간과 그 사회를 좀 더 객관적이게 바라볼 수 있는 효과를 주었습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한 노인이 조용히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며 끝이 나는데, 누구에게도 특별하지 않은 아주 작은 이 행동이 생명을 살리고, 삶을 지속하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당신은 길고양이를 보면 어떻게 행동하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작은 단서일지도 모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고 자라는 인간으로서 사뿐사뿐 밤의 배회자 고양이를 작은 아량으로 지켜봐 주는 정도의 배려는 어떠한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