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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곰에서 <패딩턴>이 되기까지,이방인에게 필요한 집의 의미 – 영화 패딩턴이 말하는 공동체

by goldspoon0603 2025. 4. 23.

빨간모자를 쓴 패딩턴 형상 인형

이름 없는 곰에서 <패딩턴>이 되기까지

영화의 시작은 런던이 아닌 페루의 깊은 정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캐릭터, 아직 패딩턴이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 어린 곰은 루시 숙모와 페루 숙부라는 나이 든 곰 부부와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 곰 가족은 아주 특별한 존재들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영국에서 온 탐험가 몽고메리 클라이드가 이들을 발견하고, 영국 문화와 언어를 가르쳐준 덕분에 이 곰들은 영어도 할 줄 알고, 마멀레이드를 즐겨 먹게 되었으며, 영국 신사답게 홍차를 마시는 습관까지 지니게 됩니다. 그로 인해 이들은 언젠가 꼭 런던으로 가보리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죠. 그러던 어느 날, 정글에 큰 지진이 발생하면서 페루 숙부와 이별을 하게 되었고, 집도 무너지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자, 루시 숙모는 어린 곰을 위해 마지막 결정을 내립니다. 곧 은퇴자 마을로 떠나기로 한 루시 숙모는 작은 곰을 배에 태워, 런던으로 보내며 말합니다. 런던에 가게 되면 너는 환영받을 것이라고. 루시 숙모로 인해 어린 곰은 낯선 도시 런던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영국 런던의 패딩턴역에 도착한 작은 곰은 여행객들로 가득한 이곳에서 한참을 서성이 이고 있었습니다. 이 어린 곰은 모자 안에 쪽지를 넣어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쪽지에는 이 곰을 잘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숙모의 말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작은 곰을 눈여겨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린 곰은 당황스럽고 또한 외로웠습니다. 그 순간, 한 가족이 곰에게 다가옵니다. 바로 브라운 가족입니다. 브라운 가족은 아빠 헨리 브라운, 엄마 메리 브라운, 딸 주디, 아들 조나단, 그리고 가정부 버드 씨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영국 중산층 가족입니다. 메리는 작은 곰을 불쌍히 여겨 집으로 데려가자고 주장하고, 헨리는 곰을 믿지 못해 처음에는 반대하지만, 결국 하룻밤만 재워주자는 조건으로 곰을 집으로 데려오게 됩니다. 이때부터 이 작은 곰에게 패당턴역의 이름을 따서 패딩턴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곰이 브라운 가족에게 발견된 장소가 패딩턴 역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패딩턴은 런던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실 패딩턴이 브라운 가족의 집에서 생활하는 동안 여러 일도 많았고, 순탄치 만은 않았습니다. 패딩턴은 인간 세계의 규칙을 잘 알지 못해 크고 작은 사고를 저지르게 됩니다. 욕실에서 양치를 하다 수도를 터뜨려 집을 물바다로 만들고, 전화기 사용법도 모르고, 마멀레이드를 입에 묻히며 닦지 않고 돌아다니며 아이같이 천진난만하게 행동합니다. 가족 구성원들 중에서도 특히 아빠 헨리는 이런 패딩턴을 많이 불편해했습니다. 하지만 엄마 메리는 따뜻한 시선으로 패딩턴을 아이와 같이 여기며 이해하려 하고, 아이들 역시 점차 작은 곰을 친구처럼 여기게 됩니다. 패딩턴은 탐험가 클라이드를 찾기 위해 런던 전역을 돌아다니며 수소문합니다. 런던 자연사박물관, 도서관, 우체국까지 샅샅이 뒤지며 과거 숙모에게 영국 이야기를 들려준 그 사람을 찾고자 했습니다. 클라이드를 찾는 과정은 순탄치 않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습니다. 지하철 안에서의 소동, 도둑으로 오해받아 도망치는 장면, 그리고 경찰과의 아찔한 추격전 등 숨 가쁜 에피소드들이 연이어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패딩턴은 불행히도 런던 자연사박물관에서 박제사로 일하는 밀리센트 눈에 띄게 됩니다. 그는 동물 박제를 통해 명성을 쌓아온 집요한 인물입니다. 그녀는 패딩턴이 매우 희귀한 품종의 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박제하여 박물관에 전시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밀리센트는 브라운 가족의 집까지 침입해 패딩턴을 유괴하려 하고, 결국 자신의 연구실로 그를 납치해 오게 됩니다. 이 위기에서 패딩턴을 구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처음에는 작은 곰을 미워하며 믿지 않았던 헨리 브라운입니다. 헨리는 가족들과 함께 용기를 내어 패딩턴을 구출하러 박물관으로 달려갑니다. 박물관 옥상에서 벌어지는 브라운가 모두가 힘을 합쳐 밀리센트의 계획을 저지하고, 결국 패딩턴을 무사히 구해내는 데 성공합니다. 사건이 일단락된 후, 브라운 가족은 패딩턴을 임시 손님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합니다. 더 이상 하룻밤의 손님이 아닌, 함께 식사하고 웃고,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는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게 되는 것입니다. 패딩턴 역시 브라운 가족과의 일상을 통해 처음으로 진짜 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족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또한 집이란 단순히 몸을 쉬고 머무는 공간을 넘어서,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간이 진짜 집이라고 체감합니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패딩턴이 일기장에 이렇게 쓰는 장면을 비추며 마무리됩니다. 런던은 처음엔 낯설고 무서웠지만, 브라운 가족들 덕분에 진짜 나의 집이 되었노라고.

이방인에게  필요한 집의 의미 – 영화 패딩턴이 말하는 공동체

이름도 없던 한 곰이 런던 패딩턴역에 도착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 영화는, 귀여운 곰의 등장으로 단순히 아동용 가족 영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이주, 차별, 가족, 환대라는 묵직한 주제가 녹아 있습니다. 2014년 개봉한 이 영화는 영국의 전통적인 동화 캐릭터 패딩턴 곰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CG와 실사가 결합된 유쾌한 비주얼과 함께 세심한 감정 묘사를 통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정을 전달하였습니다. 일단 그저 귀엽고 유머러스한 곰의 도시 적응기를 그린 것 같지만, 영화는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장소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지 패딩턴의 경험을 통해 서서히 알아가는 과정을 그려냈습니다. 먼저 패딩턴은 낯선 런던 패딩턴역에 덩그러니 홀로 놓였습니다. 관심과 친절함을 얻지 못한 작은 곰은 두려움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외국인이 생전 처음 낯선 대도시에 발을 내딛는 장면과 매우 흡사합니다. 아무도 이방인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알아보지 않고,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하며, 문화적 차이로 인해 실수를 반복합니다. 곰이라는 외모는 그 차별성을 시각적으로 상징화하며, 그가 마주하는 무관심과 경계는 오늘날 이민자나 난민이 처음 사회에 진입할 때 겪는 현실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브라운이 차갑고 외로운 상황에 놓였을 때 등장한 브라운 가족이 내민 손길은 패딩턴의 삶의 변화를 상징하는 중심이 됩니다. 하지만 모든 브라운가가 낯선이 패딩턴에게 호의적이진 않았습니다. 브라운가의 가장 헨리는 규칙과 질서를 중요시하며 타인을 믿지 않는 성향이 강하였습니다. 마음속에 미묘한 배척이 존재하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패딩턴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헨리의 편견이 포용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며 마음의 문을 열고 이질적인 존재를 받아들이는 부분은 관객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이 외에 또 하나의 주목할 점은 패딩턴이 항상 지니며 먹던 마멀레이드와 쓰고 다니는 빨간 모자입니다. 작은 곰의 마멀레이드는 단순히 간식을 넘은 하나의 정체성과 문화이며 루시 숙모로부터 전해받은 삶의 방식이자, 정글에서의 삶을 기억하게 하는 뿌리입니다. 런던이라는 낯선 땅에서도 이를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자신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냅니다. 또한 패딩턴의 빨간 모자 역시 패딩턴의 상징으로 그가 빨간 모자를 쓰고 다닐 때마다 극 중 주변인물들은 패딩턴을 인지할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 까지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는데, 이는 패딩턴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존재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로 보입니다. 이러한 패딩턴을 돈벌이로 보며 박제를 하려고 했던 악역 밀리센트는 다양성과 생명력을 억압하고 독립적인 개체임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는 인물로 고정된 형태로만 존재하게 하려는 사회적 억압의 메타포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브라운 가족이 패딩턴을 구출하는 장면은 결국 억압된 존재를 해방시키는 구원자이자, 오픈 마인드의 공동체가 사회적 냉대와 배제를 극복하는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패딩턴을 구조 후 그를 진정한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며 브라운 가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됩니다. 여기서 집은 처음 패딩턴이 임시적으로 의탁하고자 했던 숙소에 의미가 아니라 진정한 가족 구성원이 되어 가족애를 느끼며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작은 곰에서 브라운가의 패딩턴이 되기까지, 이방인에서 뿌리를 잃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간직한 영국인이 되는 과정은 현대 사회와 비추어 볼 때 이방인이 그 나라의 공동체가 되기까지 느끼는 낯선 부분과 외로움을 그대로 보여주며 무수히 많은 패딩턴들을 두려워하거나 경계하지 말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며 집과 이웃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기를 조용히 당부하는 영화입니다. 또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인간성의 따뜻한 조각을 되찾게 해주는 아름다운 영상 편지입니다.